토요일, 10월 15, 2005

문화의 현황

돈만큼 인생을 피곤하게 만드는 ‘물건’도 드물다. 분명 인간의 발명품인데, 인간이 돈을 지배하는 건지, 돈이 인간을 지배하는 건지 헷갈릴 뿐.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돈일텐데도 그 돈 때문에 목숨까지 잃으니, 돈은 증오와 회한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그러나 인도 출신의 칼럼니스트가 쓴 ‘I Love Money’는 “나는 돈이 좋아”라고 당당하게 말하라고 권한다. “돈은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아”라고 결코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돈을 사랑하기 위해 저자가 권하는 방법은 다소 엉뚱하기까지 하다. “지금 당장 지갑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내어 찬찬히 살펴보라, 사랑과 관심을 갖고 어루만지며 꼼꼼히 들여다 보라”, “가끔 지폐를 손에 들고 ‘안녕’하고 인사하라. 처음에는 이상하겠지만 친구하고 인사하듯 돈에게도 인사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돈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확보한 뒤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일을 해서 돈을 받을 때는 당당하게 받아라. 꿔준 돈을 받을 때도 당당하게 달라고 요구하라. 그것은 결코 치사한 일이 아니다. ?월급이 적다고 생각되면 올려 달라고 말하라. 알고 보면 달라고 요구하지 않아서 안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손쉽게 들어오는 돈에 죄책감을 갖지 말아라. 쉬운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은 좋은 것이다. ?돈을 쓸 때에도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가져서는 안된다. 돈의 목적은 유통시키는 것이고, 돈의 유통이 잘 될수록 많은 사람들이 부유해진다.

독일인이 쓴 ‘돈이 주는 행복’ 또한 돈에 대한 애정 회복부터 강조한다. “그래, 돈은 내게 아주 중요해. 난 돈을 위해 기꺼이 일을 할 것이야. 난 돈을 원해. 난 돈을 사랑해”라고 자기 암시를 하라는 것이다. 그런 다음엔, 근심·걱정만으론 단 한 푼의 돈도 벌 수 없으니 하루에 1시간씩 재산 관리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 가장 강조되는 점은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돈이 얼마인가를 분명히 정하는 것. 개인적으로 필요한 총액을 산출해 놓고 그것에 맞추도록 노력하라는 얘기다. 그러려면 당연히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 “물건을 살 때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그 물건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주식을 사고 팔아야 할 시점, 안정성·수익성·유동성을 고려한 재산 투자의 형태, 펀드 투자에서의 주의점 등을 저자 본인과 그 주변의 일상사를 예로 들어가며 제시하고 있다.

푹 빠져서 읽으면 돈에 대해 새삼 돌이켜 볼 기회를 줄 것이나, 시큰둥 읽으면 크게 얻는 게 없을 수도 있을 책들. 두 저자 모두 ‘부자가 되는 법’에 대한 책과 강연, 이벤트 등으로 실제 큰 부자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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